소변으로 지은 밥, 그 맛은? (단필충 왕 애청자 입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1동 / 김삼봉

필~승! 해병대 529기 김삼봉 입니다.

때는 1986년 4월초, 밤새 이슬비가 내렸는지 축축한 산과 들에 봄꽃들이 막 기지개를 펴고 나오는 그 시기에 저는 일병에 갓 진급을 하여 처음 겪어보는 대규모 상륙훈련이었습니다.

우리 대대는 전날 저녁에 포항항에서 해군의 전차 상륙함인 LST에 승선하여, 이번 훈련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고 해군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배위에서 먹는 해군들의 부식은 우리가 자대에서 먹던 것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기름지고 질이 좋은 것이었으며,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한건 보리차를 끓여서 식수로 사용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야~ 해군들은 잘 먹네~’ 하며 부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잠시 후 갑판 아래에 내려가 내일 새벽에 각자 자신들이 탑승을 하게 될 LVT(상륙 돌격 장갑차)를 확인한 후 LST 한 켠에 있는 상륙군 침실이라고 씌여져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니 그곳은 1개 중대가 잠을 자면 딱 알맞을 정도의 공간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1개 대대가 짐짝처럼 구겨져서 통로까지 서로 엉켜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당시 쫄병이라 입구에서 한참을 들어간 가장 안쪽 깊숙한 곳의 통로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훈련들에 지쳐 등만 닿으면 잠이 쏟아지던 시절이라 저도 그렇게 잠이 들었지만, 어느 순간 소변이 마려워 잠이 깼습니다. 하지만 화장실을 가려면 2중3중으로 엉켜서 자고 있는 하늘같은 선임들을 밟고 지나가던가, 아니면 날아서 건너가야 하는데 아무리 궁리를 해도 저 멀리 있는 화장실까지 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소변을 참으며 몇 시간을 끙끙 앓고 있는데 머리에서는 식은땀이, 아랫배는 터질듯하고 하늘은 점점 노~레 졌습니다. 그렇게 거시기를 움켜쥐고 몇 시간을 버텼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고 죽느냐 싸느냐, 이젠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 제 옆에는 보급하사의 것으로 보이는 탄띠와 수통이 보였습니다. 달리 방법은 없었고 선택은 하나였습니다. 모두들 깊은 잠에 곯아 떨어져 있어 제가 수통에 소변을 보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를 못하였습니다. 얼마나 참았던지 저는 제 소변 빨이 그렇게 쎈줄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수통에 구멍이라도 나는 줄 알았습니다. 한통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서 바닥에 엎드린 채 조금씩 나머지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날은 새고 잠시 후, 작전개시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여명을 기해 드디어 해병대 훈련의 꽃인 상륙작전이 시작된 것이었지요. 각 방송사와 언론사의 취재 모습을 곁눈으로 살피며 해.공군의 지원 속에 가상 적진의 해안에 상륙을 성공하고 교두보를 확보한 후, 우리 중대는 내륙으로 진격을 계속했습니다.

이렇게 1차 임무를 완수한 우리는 각 소대별로 모여서 다소 늦은 아침밥을 짓기 시작하였습니다. 저 보다 7기 후임인 이모 해병과 함께 알 수통을 꺼내고 반합에 쌀을 넣고 수통에 있는 물을 부었습니다. 그런데 물 색깔이 노르스럼~ 했습니다. 순간 저는 어제 저녁에 마신 해군의 보리차가 생각이 났습니다. 속으로 ‘이눔 기합 들었네~’ 하며 고체 연료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이상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훈련에서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이상하게 밥이 설고 물이 자꾸 부족 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붓고 또 붓고 수통의 물을 다 붓고서야 마침내 노리끼리한 밥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보는 밥 색깔이었지만 ‘보리차로 밥을 하면 이런가 보다’ 했습니다. 밥맛이요? 꽤 짭짤했습니다.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훈련에 지치고 LST 안에서의 기름 냄새와 LVT 탑승시의 멀미 기운 때문인가 보다 했으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맛은 아주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그 밥을 함께 먹은 선임들과 중대장님께서도 좀 짜긴 하지만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저요?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서 먹었습니다.

몰랐습니다. 그때까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그 이모 해병과 함께 마주 앉아 담배 한 개비를 빨다가 무심코 그늠의 어깨에 걸린 탄띠를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저는 기절 하는 줄 알았습니다. 바로 보급하사의 그 탄띠가 이 후임 해병의 어깨에 걸려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 - “야야야! 이해병! 너 이 탄띠 누구꺼야?”

후임 - “아! 이거 말입니까? 이번 훈련 나오기 전에 제가 쓰던 게 너무 낡 아서 보급하사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자기가 쓰던 걸 저에게 주셔 서이번에 제가 메고 나온 겁니다. 왜 그러십니까?”

그랬습니다. 이 후임의 탄띠를 본 순간 0.1초 만에 떠오른 생각이 사실이 된 것이었습니다. 바로 저의 소변으로 밥을 지어서 먹었던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이 후임은 새벽 기상 시 비몽사몽간에 그 수통의 물(사실은 제 소변)을 마시기까지 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 아니겠습니까?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추억 이지만 그 순간에는 선임들이 알까봐 거의 공황상태에 빠질 정도였지요.

제 소변으로 지은 밥을 함께 먹었던 이모 중대장님과 해병대 1사단 71대대 1중대 선,후임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그립습니다. 참고로 이래봐도 저, 훈련소에서 수료식 할 때 529기 최우수상인 훈련단장상을 받은 놈입니다. 감사 합니다.

  • 이병양(565) 2013.03.14 19:02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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