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289 댓글 2
홀로된 어느 노인의 삶

3년 전 마누라가 세상을 떠난 뒤 나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함께 살자는 아들의 청을 받아들였다

나는 아늑하고 편안한 아들네 집에서 학교 간
손자들과 직장에 나간 아들과 며느리가
돌아오는 저녁 때를 기다렸다.

아이들이 있어 집안 분위기가 활기찰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손자 녀석들은 학교에서 돌아
오자마자 늘 숙제하느라 바빴다.

하루에 한 번 저녁시간에 온 식구가 모였는데
식사 분위기는 대체로 딱딱했다.


가끔 어린 손자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하며
깔깔대면 제 어미가 "할아버지 앞에서 떠들면 못 써.
" 하고 야단을 쳤다.


사실 나는 녀석들이 지껄이는 일이 즐거웠는데 말이다.
차를 마실 때라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아버님, 이제  늦었습니다.  그만 주무시지요."

하고 말하면 나는 잠이 오지 않아도 내 방에 가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노인 몇 사람과 오랜만에 즐겁게
마작을 하다가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저녁에 퇴근한 며느리에게 그 노인들 식사도
같이 부탁했는데 며느리는 진수성찬을 차려 올렸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아들이 미리 말도 없이 손님을
청하면 어떡하냐며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라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자주 배가 고팠다.
금방 밥을 먹어도 또 배가 고팠는데,
냉장고에는 내가 먹을 만한 간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늙은 행상한테서 만두를 세 개씩 사먹었다.

그 뒤로는 뱃속이 편안했고, 하루 종일
목소리를 쓰지 않는 나로서는 만두장수와
얘기 나누는 것도 즐거웠다.

어느날 만두장수는 내게 줄 거스름돈이 모자라 나중에
며느리를 통해서 돈을 건네주었는데 며느리는 "아버님이
이렇게 직접 사다 드시면 사람들이 우리가 아버님을
잘 돌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에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갈증이 나고 자주 오줌이 마려운
증세가 더 심해져 병원에 갔더니 당뇨병이라고 했다.

아들은 "너무 많이 드셔서 그 병에 걸린 겁니다.
"라고 충고했다.  며칠 뒤, 내 몸은 회복됐지만 마음은
뒤숭숭했다.

그러다 문득 마누라 장례식 때 보고 여태 만나지 못한
친구가 생각났다. 그때 친구는 장례식장에서 양로원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같은 연배의 늙은이들과 산책하고 요리도 하고
밤 늦게까지 얘기도 나눈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들어갈 방도 있냐고 묻자 친구는 "자네는 아들과 더불어
만년을 편하게  즐기게." 라고 말했다.

나는 그 친구의 말에 공감했지만 이미 3년을 편하게 보냈으니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꾸렸다.
옛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 운영위원/김상준(398) 2013.03.03 13:18
    왠지 쓸쓸 합니다.
  • 고문/임성혁(240) 2013.03.04 09:49
    마음 가는대로 살아야지.
    이런신세가될까 은근걱정.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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