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 문화◈
시 낭송을 하던 중 어느 교수가 3 이라는
숫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다가
그만둔 적이 있다. 평소에 홀수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퍼뜩 스치는 것이 있어 학술적인 분석 보다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내린 홀수 문화에 대하여 느낀 것을 몇 자 적어 본다
3 이라는 숫자 뿐 만 아니라 1.3.5.7.9 모두가
우리 생활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홀 수다
우리의 생활 관습을 가만이 들여다 보면 우리는 홀수 생활권에서 살고 있다고 하겠다.
우선 국경일 이라든가 명절이 모두 홀수다. 게다가 절기가 거의 홀수 날에 들어있다
설날과 추석이 그렇고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이
그렇고 음력이든 양력이든 모든 절기가 대부분 홀수 날에 들어 있다
정월 대보름 삼진 날. 단오. 칠석. 백중이 그렇다
생활 속에서 찾아 보면 3 일이 갖는 의미는 다양하다
사람이 죽으면 3 일장을 치른다든가 아니면 5 일장을 치르는 것이 보통이지 4 일장은 없다.
애기를 낳아서 금줄을 쳐도 삼칠일 동안 출입을 금한다고 했다. 즉, 스무 하루다
봉투에 돈을 넣어도 우리 서민들은 두 자리 수가 아닌 이상 3 만 원
아니면 5 만원을 넣었지 4 만원이라든가 6 만 원짜리 기부 촌지는 보기 힘들다.
이렇듯 3 이라는 숫자가 축을 이루는 것 같다.
심지어 옛날에는 역적을 몰아 낼 때 3 족을 멸한다고 했다.
춥고 긴긴 겨울을 三冬이라 했고
무더운 여름을 지나려면 삼복三伏 을 넘어야 한다.
무리를 일컬어 삼삼 오오 라했고
색깔을 이야기할 때도 삼원색이 근원이다
상고上古 시대에 우리나라 땅을 마련 해 준 삼신三神이 있다 하여 생명 줄로 섬긴다.
삼재三災가 있는가 하면 또 삼재三才가 있다
현대에는 시위문화에서 삼보일배三步 一拜라는 것이 생겼다.
가까운 이웃을 일컬어 삼 이웃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는가 하면
잘하면 술이 석 잔 못 하면 뺨이 석대도 있고
경기를 해도 5 판 3 승제를 하며 만세를 불러도 삼창을 했다.
불교에서는 하늘 땅 사람을 이르러 삼계三界라 했고
천주교에서는 성신을 삼위三位라고 했다
짝 수는 죽은자의 숫자란 말이 있고 홀 수는 산 사람의 숫자란 말이 있다.
그래서 제사 때는 절을 두 번 하지만 산 사람에겐 절을 한 번만하면 된다.
삼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만 목적한 것이 이루어진다는 논리는 생활 속 곳곳에 있다.
이렇듯 3을 축으로 하여 표현하는 우리말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면 우리민족은 왜 홀수를 선호하게 된 것일까
어쩌면 짝지어지는 것을 은연중에 밀쳐내고 살았는지 모른다
즉. 딱 맞아 떨어지는 것
아귀가 척척 맞아 떨어지기 보다는 좀 더 넉넉한 생활 습성에서 기인 된 것은 아닐까
때문에 셋 넷 쯤을 말하는 것마저 서너 개 라고 했다.
셋 이라는 표현보다는 같은 숫자이면서도 훨씬 더 넉넉해 보인다.
그 위에 한 개쯤 더 얹으면 더욱 좋고 한 개쯤 빠져도 아무 유감이 없는 표현이다
아마 덤 문화도 여기에서 기인된 것 아닐까
정부에서 아무리 정찰제를 권장해도 뿌리깊은 덤 문화는
값을 깎고 실갱이하는 것에서 실거래 값이 멕여진다.
그런 습관이 비록 저울에 근을 달아서 팔더라도
한 주먹 더 얹어 주어야만 서운치가 않지 그렇지 않으면 야박하다고 한다.
시조문학에서 종장 첫 말이 3 이어야 한다는 이론도
시조 전체를 확고하게 받치고 있는 축의 역할이라 하겠다.
홀수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3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은 확실히 넉넉함을 생활의 근본으로 삼고 있으며 그것은 어쩌면 徳과 仁의 사상에서 유래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