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까지 사회운동을 했던 친구들은 다 아버지가 되었다. 그 중 한 친구는 큰 돈을 벌어 1%의 주류가 되었고 한 친구는 쪼들리는 자영업자가 되었다. 같이 술을 하다 자녀 이야기를 했다. 한 아버지는 언제 유학 보낼지 걱정했고 한 아버지는 물려줄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나 내 자녀가 인생의 목적의식 없이 대충 사는 것 같다는 대목에서 두 친구는 공명했다.
초점이 청소년으로 모아지자 똑같은 한탄이 이어졌다. 요즘 젊은 것들은 빌빌거리고 하고 싶은 게 없고 삶을 책임지는 태도도 없다고. 결국엔 이놈의 한국 사회를, 그 정치와 경제와 문화를 씹고 또 씹는 술잔만 연방 비워냈다. 하자센터에서 8년째 청소년을 지켜본 나는 소위 386세대 친구들과 그런 자리에서 ‘내 자녀-요즘의 젊은 것들-한국 사회’로 이어지는 3종 세트의 화제를 접한 날이면 늘 기분이 찜찜했다. 이게 진실의 다일까?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러다 ‘88만원세대’(우석훈·박일권 지음, 레디앙)를 만났다.
책은 요즘 젊은 것들의 무기력이 그 어느 때보다 무자비해진 승자독식 게임에서 왔으며 세대간 착취의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젊은 것들이 누렸어야 할 기회와 자원을 386 이상 세대가 어떻게 앞서 독식했고 방어하는지를 분석한다. 20세 청년이 되면 누구에게나 준다는 스웨덴의 ‘생애 첫 자금’(2000만원)을 공공의 이름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한국에서, 그런 사회를 만들지 못한 386 이상 세대의 어른이라면 이 책을 읽고 요즘 젊은 것들을 바라보는 눈을 바꿨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젊은이들아!
이 좋은 계절에 독서 많이하여 마음의 양식을 쌓읍시다. 김승영 후배님 요즘 세대간에 틈이 너무 많이 벌어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