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4 11:12

눈물

조회 수 593 댓글 7
1985년 4월 10일
300명 조금 넘은 대한민국의 건강한 젊은이들은 해병 훈련소로 입소하였습니다.
여기 저기 정신 없이 휘둘리며 이리왔다 저리 갔다를 반복하는 통에
어리숙한 동기들은 워커발에 까이고 빡빡 깎은 머리통위로 몽둥이 세례를 받고 있을 즈음
비슷한 몇 놈이 제 주위에 자리하였습니다.

전반기가 마쳐지고 후반기 때 처음 행정병이라고 약 열댓명이 호출되어 
서로가 우리는 고생 조금 덜하겠다 서로에게 축하하며 여기 저기로 팔려가는
다른 동기들의 안위를 걱정하였습니다.

기쁨도 잠시 우리 기수에서는 행정병과가 없어졌다고 전원 90/106mm 무반동총 병과로 바뀌었다고 통보받았습니다.
그게 뭔지 실무가서 알았습니다. 남들보다 20kg은 더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는 비극을~~~

후반기 마치고 1사단에 남게 되어 팔려갈 부대 기다리고 있는데
사단 주임상사가 제게 오더니 글씨 한번 써봐라 하시는 겁니다. 
사단 전입신고를 제가 했는데(당시 박구일 장군), 실수 하나도 안하고 잘 했다고
사단본부로 빼주겠다는 겁니다.. 아니 이런 횡재가…??????????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제 글씨가 조금 자유 분망하여 
남들이 쉽게 알아볼 수 없다는데 있었습니다.
한참을 보더니 다른 사단본부 행정병과 눈짓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가로젓고는
안되겠구나….

그리하여 팔려간 곳이 당시 해안방어 막바지에 있던 3연대 1대대 화기중대였습니다.
오후 늦은 시각 트럭 자그마한게 하나 와서 저와 같은 행정병 받았다 106mm로 전환된 복도 없던 제 동기와 저를 싣고 산길을 꼬불꼬불 
올라가니 웬 영화서 보던 것 같은 막사가 있고 범강장달이 같은 하늘 같은 고참들이 득실거리는 무슨 산적떼 소굴 같더군요.

가던 날 저녁때부터 뭔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행정병 보던 고참 하나가 오며 가며 걷어차고 때리며 밤새 인간적 모욕을 참 많이 주더군요..

이런 저런 시련도 있었고 웃음도 지으며 보낸 세월 약 2년여,
동기와 저는 힘들 때 내무실 옆 자리서 손 꼭 붙들고 참아내자.. 서로에게 의지하며 보낸 세월이었습니다.
어느덧 전역이 다가와 함께 제대하고 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멀지도 않은 청주와 일산 살면서 그리도 보기가 어려웠던지 지난 주말 21년만에 부둥켜 안고 한참만에 나눈 말이 “건강하냐?”  이 한마디였습니다.

세월은 흘러 속알머리가 휜히 들여다 보이는 중년이 되었지만 젊은 시절 함께 보낸 그 시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술잔 기울이는 내내 머리속을 질주하였습니다.

그 녀석 보면 그냥 악수하며 웃을 줄 알았는데
끌어안고 건강하냐는 말 나누고는 서로 목이 메어 다른 말 나누지도 못했습니다.

맛있는 것 사 먹인다고 일산으로 데리고 와 사 먹여 돌려보냈는데
택시 태워 보내는 그 순간에도 왜 그리 안쓰럽던지.. 

이 녀석도 나름대로 소방공무원으로 그리 낮은 자리 아닌 위치에 있어 그리 걱정할 이유는 없건만
마음 나누던 벗을 되돌려 보내는 것이 영 마음 아팠나 봅니다.

안경 속으로 조금씩 맺혀지는 눈물방울 지워내느라 서로 헛 웃음 지으며
23년 전 맺어졌던 인연의 끈을 다시 한번 조여 봤습니다.

아침에 일 할 것 해 놓고 잠시 올려봤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십시요..  
  • 신을식 2008.11.24 11:23
    해병대 동기애란 정말 특별한것 같습니다. 필승!
  • 김승영 2008.11.24 12:08
    탈렌트 최수종이가 지금 왔다갔습니다
    견적만띠고~~
    나하고 갑장인데 얼굴 완전 삭었슴..내가 헐씬 나음..
    좋은 한 주 보내시길~~~
  • 김기원 2008.11.24 12:20
    신후배 고생햇네..다들 그러고 사는거쥐..어제 동기들이랑 산에 갓다가 술처먹어서 그러지 아직도 빙빙도네용... 좋은 한주 되시길..
  • 신을식 2008.11.24 12:46
    김승영 해병님 정말 동안 이십니다. 처음 뵙고 30대후반 40대 초반인줄 알았는데.. ㅎㅎ 최수종좀 소개 시켜 주십시요! 필승!
  • 박현택 2008.11.24 16:45
    승영아!!!수종이 무슨일인지 나한테 연락해라....
  • 김기원 2008.11.28 12:04
    500자가 뭘안다고??그래도 400자는 되야 쥐..
  • 신효섭 2008.11.28 16:49
    어휴~~~~500자 그냥 빗자루 들고 내무실 청소 해야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23 <두고 온 산하, 구한말 평양의 풍경 > 고문/김인규(245) 2013.08.20 1953
2022 힘을 실어 주었으면.... 3 김헌수 2009.02.24 1650
2021 힘겨운 정모가 되겠습니다. 2 김득수 2007.08.21 1359
2020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22, 협상으로 인한 휴전 ...아직도 불안한 평화 고문/김인규(245) 2013.08.19 1822
2019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21, 군 출신 기대 저버리고 중국과 휴전 택해 고문/김인규(245) 2013.08.16 1280
2018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20, 국민 정서 맞지 않아 병력증원 고려 안 해 고문/김인규(245) 2013.08.16 1935
2017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19, 中완패시키지 않으면 민주진영 악몽에 시달릴것 고문/김인규(245) 2013.08.12 2067
2016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18,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고문/김인규(245) 2013.08.12 2402
2015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17, 명석하고 매력적 VS 언론관계에 둔감 1 고문/김인규(245) 2013.08.05 4826
2014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16, 미국이 종이호랑이 ?? 고문/김인규(245) 2013.08.05 1796
2013 히긴스의 6.25 - 15, 6.25 전쟁이 준 교훈 고문/김인규(245) 2013.08.01 1647
2012 히긴스의 6.25 - 14, 적은 힘으로 도전 고문/김인규(245) 2013.08.01 1672
2011 히긴스의 6.25 - 13, 영웅적인 해병이야기 고문/김인규(245) 2013.07.26 2499
2010 히긴스의 6.25 - 12 중공군의 개입 고문/김인규(245) 2013.07.25 1902
2009 히긴스의 6.25 - 11 우리의 동맹 힌국인들 고문/김인규(245) 2013.07.24 1746
2008 히긴스의 6.25 - 10 인천에서의 대담한 도박 고문/김인규(245) 2013.07.23 1907
2007 히긴스의 6.25 - 09 죽음을 각오하고 지켜라 고문/김인규(245) 2013.07.22 2131
2006 희망을개척하며 5 서경조 2009.10.23 1019
2005 흥부와놀부 2 지양훈(398) 2012.09.13 1841
2004 흥부가 귀싸데기 맞은 이유에 대한 퀴즈 답 6 김인규 2008.01.29 157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02 Next
/ 10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