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평화와 선
사랑하는 추기경님
당신의 선한 눈웃음이 아직도 이렇게 선명한데,
당신은 이제 저희 곁에 계시지 않나요.
열 일곱 소녀 때, 따뜻한 눈으로 이마에
성수를 뿌려 주시던 당신의 따사로움이
아직도 이렇게 가슴에 불타고 있는데요
관 뚜껑이 덮히고 이제 당신은 뵈올 수 없는데
벌써부터 저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모든 가난한 자들의 지팡이시여,
모든 아파 하는 이들의 수호자시여,
낮고 버림받는 이들의 아버지시여,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큰 별이시여,
어지러운 먹물같은 세상에
한 떨기 백합화시여,
이제 세상사 어지러울 때에
누구에게 여쭈오리까,
없는 이들이 핍박 받을 때
누가 큰 소리쳐 꾸짖으리오까
주님품에서 이제는 그 무겁던 당신의
십자가 내려 놓으시고,
편한 주님의 품에서 영원한 복락을 누리소서
하늘에서도, 저희가 세파에 물들지 않고
오직 이웃을 위해 살다가
주님품안에 달려가 안기도록
주님께 빌어 주소서
추기경님
편이 영면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