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46 댓글 2
우리 부부는 조그마한 만두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 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우리 만두 가게에 나타나는 겁니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비가 온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 곤 합니다.

두 노인은 별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생각난 듯
상대방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했습니다.

대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글쎄요. 부부 아닐까?

부부가 뭐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요?
허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지.
부부 같진 않아.” 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서로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본의 아니게 헤어졌다.
그런데 몇 십 년 만에 우연히 만났다. 서로에 게 가는 마음은 옛날
그대로인데 서로 가정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한단 말이지? 아주 소설을 써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눈빛이 두 노인이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니에요?
안색이 지난 번 보다 아주 못하신데요?
아내 역시 두 노인한테 쏠리는 관심이 어쩔 수 없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며
어깨를 들먹거렸습니다.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고 나갔습니다.

나는 두 노인이 거리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어미 닭이 병아리 감싸 듯 감싸 안고 가는 할아버지.

두 노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아내 말대로 첫사랑일까?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 그럴 수도있겠지.
어머? 비가 오네. 여보, 빨리 솥뚜껑 닫아요.
그러나 나는 솥뚜껑 닫을 생각보다는 두 노인의 걱정이
앞섰습니다. 우산도 없을 텐데…
다음 주 수요일에 오면 내가 먼저 말을 붙여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 만두 가게에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처음엔 몹시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노인에 대한 생각이 묵은 사진첩에 낡은 사진처럼
빛바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사람인가 봅니다. 자기와 관계없는 일은
금방 잊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날,
정확히 3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난 겁니다.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영락없이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조금 웃어보였습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못 와. 하늘나라에 갔어. 하는 겁니다.
나와 아내는 들고 있던 만두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랬습니다.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너무 안타까워서.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 집에,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 아들 집에 사셨답니다.

“두 분이 싸우셨나요?할아버지께 물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며느리들끼리 싸웠답니다.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 분씩 모시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두 분은 일주일에 한 번씩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만난
거랍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먼저 돌아 가셨답니다.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우리는
또 다시 천국에선 같이 살 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습니다.
할아버지 뺨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습니다.

----오늘 월말이라 특근 수당준다고 해서 출근했습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한편의 글을 보고 옮겨 봅니다.
저도 삼형제중 장남이지만 부모님은 따로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모셔야 되지만
서로 불편하다고 하시니....근처에 모셔야 될까 봅니다...^^ 필~씅~!-----
  • 김승영 2010.05.29 11:05
    모시지말고 용돈으로 풍족하게 드리고 자주 찿아뵈서 얼굴이나 보여드리게..개인생각^^
  • 김강덕 2010.05.29 12:09
    돈 많이 벌어야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23 " 맞장구가 약 " 2 김영현 2007.07.03 1379
2022 퀴즈 문제 냅니다 6 김영현 2008.01.29 1586
2021 ㅍ ~~~ ㅎㅎㅎㅎㅎ 2 8 김승영 2009.07.29 1393
2020 내기 골프의 10도(道) 2 한일 2011.01.11 931
2019 너희가 늙음을 아냐? 4 지양훈 2008.03.13 1539
2018 네 종류의 친구 5 전정섭 2009.03.20 1406
2017 베너 (광고 )건입니다,,, 2 김부호 2012.01.17 1713
2016 역대 전 현직 임원진모임!! 9 김승영 2010.02.01 1957
2015 요로게살자!!!! 7 김부호 2007.06.25 1279
2014 전지 훈련 7 2009.09.21 1229
2013 참 빠름니다. 5 정복석 2011.11.02 1713
2012 참 빠름니다. 정복석 2011.11.02 1699
2011 필승! 489기 임채성입니다..년회비 입금했습니다...늦게입금하여,,송구합니다... 3 임채성 2010.04.20 1208
2010 형님이 또 죽었어요~~~~ 1 김인규 2011.12.28 1524
2009 화를 내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5 김인규 2010.06.18 702
2008 회원모집 8 김부호 2009.03.13 1148
2007 " 해병대 창설 기념 골프대회 " 김주용 2011.03.19 1484
2006 "326기 김영삼" 선배님께서 사고로 입원 22 육창래 2008.06.11 1366
2005 "<font color='red'>모자,반팔T-셔츠,바람막이 신청받습니다</font>" 4 김주용 2011.10.17 1581
2004 "多不有時" 5 김영삼 2007.06.15 135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02 Next
/ 102
CLOSE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나눔고딕 사이트로 가기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