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으로 인한 휴전…아직도 불안정한 평화


(左)6·25전쟁 전선에서의 클라크(맨 오른쪽) 장군. / (右)1950년 9월 29일 서울수복 기념행사에서의 이승만(왼쪽) 대통령과 맥아더.

 

클라크 장군.

 



역사적으로 우연히 그렇게 되었든, 아니면 계획적이든 간에 공산주의자들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카드놀이에서 그들의 손들을 겁나게 잘 놀렸다. 우리가 가진 군사카드들은 기동력, 질적으로 나은 공군력, 핵무기를 포함해 질적으로 우수한 무기 등이었다. 적이 가진 강력한 에이스는 병력이었다.

그런데 우리 동맹국들은 여론에 촉각을 세우고 정치적인 고려도 해야 하는 심리적인 전투를 벌여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적의 에이스가 힘을 발휘하는 전쟁을 치르지 않을 수 없었다. 즉, 대부분의 전쟁기간 동안 우리의 최상의 카드들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없었다.

첫째, 기동력은 증원 병력 부족과 적의 일소(一掃)를 금지함으로써 무용지물이 됐다.

둘째, 전략폭격은 압록강 너머의 적의 주요 기지들에 대한 타격이 허용되지 않은 이래로 전혀 시도해보지 못했다. 전술비행은 목표물들에 대한 제한으로 방해를 받았다. 한반도 내의 목표물 제한이 해제된 것은 중공군이 한반도 상공에 상당한 수의 제트기를 끌어들이고, 이러한 목표물들에 대한 보호를 할 수 있게 된 이후였다.

셋째, 중공군이 핵무기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물론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판문점에서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강요받지 않고 정전협상을 했으며, 정전이 서명된 후 몇 시간 이내에 그 조항들을 조롱하듯 무시하기 시작했다.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기술을 뻔히 꿰뚫고 있는 전문가는 단연 마크 클라크 (Mark Clark, 1896~1994, 미 육군 역사상 최연소 중장 기록, 아들이 육군대위로 참전했다가 중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 장군이다. 마침 그는 리지웨이 장군의 후임으로 1952년 5월 극동군 총사령관으로 부임했다.

클라크 장군은 극동에 부임하기 전부터 공산주의자들의 전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 주둔군사령관(대장)으로 오스트리아 처리문제에 대해서 소련인들과 길고 지루한 협상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인물이었다. 클라크는 이러한 경험을 6·25전쟁 정전협상에서 잘 활용할 수 있었지만, 그의 상관들은 클라크의 충고를 새겨듣지 않았다.

클라크 장군은 내게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방식을 아주 단순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은 거의 똑같은 기본 패턴을 따랐습니다. 미국과 공산주의자들이 엔젤 케이크(달걀흰자로 만드는 고리 모양의 케이크) 하나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고 가정합시다. 문제의 케이크는 양측이 갑론을박하는 원형 테이블의 정확히 한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여러 날이 가고, 여러 주일이 흘러갑니다. 어느 날 협상 테이블에 나온 미국인들은 밤새 케이크의 반쪽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것을 알고 기겁을 합니다. 사라진 이유는 분명합니다. 소련인들이 케이크를 싹뚝 잘라서 공산주의자들의 방으로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미국의 항의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세계는 소련인들이 그들의 상품을 얻기 위해서 또다시 힘에 호소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만, 놀란 우리 동맹국들은 워싱턴 당국에 도발적 혹은 성급한 보복을 하지 말아 달라고 주의를 줍니다. 대화는 계속되며, 시간은 그 문제를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만듭니다. 세계 여론은 러시아가 케이크의 절반을 가져갔다는 사실을 잊어 버립니다. 결국 반쪽의 케이크는 러시아 측의 것으로 기정사실화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평소에는 무뚝뚝하던 소련 대표단이 만면에 함빡 ! 웃음을 띠고 회의장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반대편에 앉아 있는 미국 대표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자 보세요. 우리 이성을 차립시다. 당신들이 타협을 원하면 우리는 기꺼이 타협할 자세가 돼 있소.’ 미국 대표단은 적어도 소련인들이 케이크의 반쪽을 불법적으로 가져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이오?’라고 반문합니다. 소련 대표단의 답변이 걸작입니다. ‘그럼요, 사실입니다. 국제적 긴장을 완화시키고, 세계 평화를 위한 우리의 소망의 표시로 우리는 당신들과 타협하려는 것이오.’ 그 다음에 소련 대표단은 아직 회의장에 남아 있는 반쪽의 엔젤 케이크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없어진 반쪽 부분을 포기하면, 여기 남아 있는 케이크의 반에 대한 당신들의 권리를 인정해 줄 수 있소.’ 결론적으로 이것이 소련인들이 케이크의 4분의 3에 대한 아무런 권리도 없이 차지하려고 술수를 부리는 방법입니다.”

어쨌든 동유럽·중국·티베트·외몽고·북한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북부 인도차이나의 그 비옥한 논과 광물들이 ‘케이크 조각’이 돼 공산주의자들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이러한 일련의 공산화 과정에서 내가 체험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에 대처하는 방법은 전투 지휘관 등의 현지 의견이 워싱턴에서 표명된 견해보다 정확했다는 사실이 시간이 흐르면서 밝혀지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여당은 대중의 표를 의식해 강렬한 어조로 평화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나름대로 이해할 만하다. 6·25전쟁이 발발하기 1개월 전 트루먼 대통령은 중요한 성명에서 대중들에게 “평화를 얻을 기회가 지금보다 더 좋을 때는 없었다”고 천명했다. 아이젠하워 행정부도 때때로 미래에 대해 그러한 장밋빛 관점에 빠졌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기술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즉, 평화와 장밋빛 미래에 대한 정치적인 수사가 우리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국가적인 풍조에 기여한다면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 나는 미국 국민들이 평화의 꽃들을 잡아 뜯기를 바라는 위험한 쐐기풀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협상은 공산주의자들에겐 시간 끌기용

오늘까지 7회의 연재에서 마거리트 히긴스는 맥아더·밴 플리트·리지웨이·클라크 장군 등 최고위 지휘관을 비롯, 미군 및 영국군 현장지휘관의 입을 통해 6·25전쟁에서 야만적인 무력도발을 감행한 공산주의자들에게 완전한 승리를 거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루먼과 아이젠하워 등 정치인들과 백악관 및 국무부 등 워싱턴 당국이 국내외의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전쟁을 정전협정으로 매듭지은 것을 아쉬워하면서 히긴스는 미국 국민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런 점에서 히긴스는 트루먼과 아이젠하워보다도 이승만과 같은 정치지도자를 오히려 더 높이 평가했는지 모른다. 히긴스의 또 다른 저술 ‘War in Korea(1951, 한국어판 ‘자유를 위한 희생’)’에 실린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연재를 마친다.

“이번에 우리가 학습했듯이 미국 정부도 공산주의자들과의 타협은 없다는 사실을 배워야 합니다. 공산주의자들에게 타협이란 언제나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자, 상대가 의심하지 않도록 달래는 속임수인 것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의 속셈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준비가 너무 늦어져 그들의 다음 번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는지도 모릅니다.”

 

 

<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준비를 해야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63 온가족 즐겁고 행복한 중추절이 되십시요!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9.17 2024
1962 2013년도 한가위 만복이 깃드시길~~ 1 사무차장/김정한(645) 2013.09.17 1634
1961 9월의 햇살 고문/김인규(245) 2013.09.07 2422
1960 (10월)해병대928서울 수복기념 전국골프대회 성공 아이디어 공모! 2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9.05 2139
1959 9월전투 작전명 공모! 2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9.04 2080
1958 귀국보고 7 운영위원/김상준(398) 2013.09.03 1683
1957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1 고문/김인규(245) 2013.09.02 1544
1956 인생의 마지막 5分間 2 운영위원/윤구로(260) 2013.08.28 1137
1955 참 다행이다~ 3 운영위원/윤구로(260) 2013.08.27 1418
1954 벌써 9월입니다. 3 운영위원/김상준(398) 2013.08.26 1321
1953 미 해병대영웅 한국말 '아침해' 기념관 연다 고문/김인규(245) 2013.08.26 1763
1952 사진으로 웃기는 사자 성어!!! 2 고문/김인규(245) 2013.08.23 1874
1951 9월 전투 예고!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8.22 1905
1950 <두고 온 산하, 구한말 평양의 풍경 > 고문/김인규(245) 2013.08.20 1946
1949 세상이 아무리 삭막해도~ 3 운영위원/윤구로(260) 2013.08.20 1389
1948 美國에 關한 常識 고문/김인규(245) 2013.08.20 963
»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22, 협상으로 인한 휴전 ...아직도 불안한 평화 고문/김인규(245) 2013.08.19 1822
1946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21, 군 출신 기대 저버리고 중국과 휴전 택해 고문/김인규(245) 2013.08.16 1279
1945 히긴스의 또 다른 6.25 - 20, 국민 정서 맞지 않아 병력증원 고려 안 해 고문/김인규(245) 2013.08.16 1935
1944 전투접수처 백지로 나타나시는 분들...! 관리자임영식(부153) 2013.08.16 16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02 Next
/ 10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