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완패시키지 않으면 민주진영 악몽에 시달릴 것”


(上)오른쪽 둘째가 밴 플리트 장군, 맨 오른쪽은 리지웨이 극동군총사령관. / (下)6·25전쟁 당시 항공모함에서 출격 준비 중인 F-84 제트전투기.


미국 역사상 가장 유능한 야전지휘관 중의 한 명이며, 인간미 넘치고 정력적인 제임스 밴 플리트(James Van Fleet, 1892~1992) 장군과의 대화도 나는 잊을 수 없다. 인터뷰는 밴 플리트 장군이 한국에서 미 제8군사령관으로 근무 중일 때 이뤄졌다. (역주: 밴 플리트는 미국 장성 중에서 유일하게 100수를 누린 인물임. 그의 전기 ‘승리의 신념’이 국내에 번역본으로 발간됨. 공군 중위이던 아들이 6·25전쟁에서 전사)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밴 플리트는 브래들리 합참의장의 발언을 거론했다. 즉, 브래들리가 6·25전쟁을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기에 벌어진, 잘못된 전쟁”으로 규정했는데, 이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나는 브래들리의 발언에 대해서 극동군사령부의 여러 고위 장교와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어느 누구에게서도 밴 플리트 장군과 같이 강하게 반론을 펴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이 인터뷰에서 밴 플리트 장군은 6·25전쟁을 결정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는 공격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자, 물어봅시다.”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도대체 민주주의 국가가 적합한 전쟁의 장소를 선택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민주국가란 항상 잘못된 곳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입니다. 전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민주국가들은 결코 그들이 선택하는 곳에서 전투를 벌일 수는 없습니다. 민주국가들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전쟁을 절대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란 공격을 받았을 때, 공격을 받은 곳에서 적을 물리치는 것입니다.”

밴 플리트는 말을 이어 갔다.

“어쨌든 우리의 선택은 적을 반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은 휴전회담이 진행 중인 동안에 대규모 공세를 시작할 수도, 실제 하기도 했지만, 당시 우리 군은 일정한 지리적인 거점들을 벗어나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이는 지휘를 어렵게 만들고 장병들의 사기를 위축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지상전에서 가장 힘들고 잔혹한 과제는 적을 그들이 준비해 놓은 위치에서 쫓아내는 것입니다. 예컨대 산허리에 깊게 참호를 파 놓은 중공군을 몰아내듯이 말입니다. 우리 장병들은 피나는 전투를 벌여 중공군을 산마루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거점 이동금지 때문에 적을 계속 추적할 수 없었습니다. 지상전에서 가장 중요한 전술은 기총소사와 포격을 가해 적을 파멸에 이르게 할 정도로 취약하게 만들어 적을 도주하게 만들고, 추격해서 소탕하는 것입니다. 도망가는 동안에는 적이 새로운 공세를 취하기 위한 참호를 팔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6·25전쟁에서 우리 군대는 이러한 중대한 국면에서 중공군을 추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금지됐습니다. 우리의 젊은 장교들은 불평을 털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순간에 두 손을 뒤로 묶고 싸우는 형국이! 라고 말입니다.”

밴 플리트 장군은 덧붙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시간은 공산주의자들의 편입니다. 지금의 정체상태는 중공군에게 현대전을 교육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교수들이라는 말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관찰하고 있으며, 우리의 기술들을 모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심지어 우리 무기들을 복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155㎜ 곡사포를 포획해 복제를 했습니다. 군사적인 결정을 성취하는 비용은 매일 증가합니다. 우리는 오늘, 내일보다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이길 수 있습니다. 모레는 다시 비용이 두 배로 뛰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 점을 확신합니다. 만일 워싱턴 당국이 내가 요청한 얼마 안 되는 추가 병력을 보내주면, 우리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국 정부는 밴 플리트의 병력증원 요청을 수용하지 않고, 휴전 때까지 어정쩡한 전투를 치름으로써 그 대가를 치러야했다. 1951년 여름 밴 플리트가 한반도에서 중공군을 패배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추산했던 증원병력 수의 2배 이상의 유엔군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중공군은 몇 번이나 도주했고, 밴 플리트 장군은 우리의 이점을 적절하게 이용해 전쟁을 비교적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느꼈다. 그의 의견의 핵심은 적의 군대는 패퇴돼야만 하고, 그들 스스로 패배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휴전협정 과정에서는 무조건 항복이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아측이 바랐던 것은 일종의 합리적인 휴전을 빨리 이끌어 낼 수 있는 군사적인 결정뿐이었다.

밴 플리트 장군은 적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면서 말했다.

“전쟁은 만주지역의 중공군 기지에 대한 폭격을 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군력의 전략적인 이점을 이용하지 않고 작전을 수행하는 군대는 공중지원을 받고 작전을 수행하는 군대보다 공격기간 중에 당연히 더 많은 사상자를 각오해야만 합니다.”

나는 밴 플리트 장군에게 도쿄의 고위 외교관의 입에서 나온 말에 대해 물었다. 즉, “우리가 단지 제한적인 공격, 아니 단 몇 미터만이라도 진군한다면,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시끄러운 불평의 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언급에 대한 밴 플리트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밴 플리트는 자세하게 그의 견해를 피력했다.

“맞습니다. 나도 우리 동맹국들이 이 문제(유엔군의 적극적인 공격)에 대해 끈질기게 반대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동기들에 대해서도 얼마만큼은 알 수 있고요. 그러나 내 생각에는 그들이 너무 근시안적이 아닌가 합니다. 영국인들이나 프랑스인들은 우리가 자기들에게 제공하기로 약속했던 탱크·총기·비행기들 중의 일부가 한국에 지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국인과 프랑스인은 물론 다른 유럽인들은 유엔군이 이곳에서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자기들이 여러 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얻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지리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은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2개의 주요 전선을 갖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역사적인 교훈을 배워서 한 번에 한 전선에 집중합니다. 만일 이제 중국인들이 한반도 침공에 대한 벌을 받지 않고 교묘히 빠져나가고, 공업증진과 군사적인 팽창계획을 수행할 시간을 번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산제국은 엄청나게 강화될 것이며, 아시아 전선이 공고해짐으로써 공산주의자들은 갑절의 힘으로 유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한반도에서 痢 “ 유리한 군사적인 결정을 밀고 나가지 않는다면 민주국가들, 특히 미국은 수세기 동안 악몽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만일 공산주의자들이 이번에 대가를 치르지 않고 모면하고, 전투가 교착상태로 끝나게 되면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대만·태국·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로 향할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만약 동남아 지역이 공산화되면 일본이 공산주의자들과의 밀월관계를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일본은 자국의 최대 고객이자, 원료 공급국들이 공산주의의 통제하에 빠지게 되면 자포자기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나는 언젠가 우리 국민들이 6·25전쟁을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기 바랍니다. ‘그때 공산주의를 저지했어야만 했는데.’”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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