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긴스 “미국이 종이호랑이?'”
· 중공군 “우리가 자제력 발휘…” 운운


1950년 5월 말 개성 시가 / 중공군 포로.


 최근 6·25전쟁에 관한 히긴스 여사의 또 다른 기록을 발견했다. ‘뉴스는 별난 것(News is a Singular Thing, 1955)’이라는 제목의 책자가 바로 그것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에서 히긴스는 25쪽에 걸쳐 6·25전쟁에 관한 자신의 감회를 적고 있다. 특히 그녀는 6·25전쟁에 참전했거나, 정책을 입안했던 미국·중국·영국의 여러 인물과의 인터뷰를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1950년 5월 30일 한국에서는 총선거가 실시됐다.
내가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도쿄지국장으로 부임한 지 채 일주일도 안 됐을 때
였다. 나는 이삿짐을 다 풀기도 전에 낯선 나라의 취재 길에 올랐고, 도쿄 특파원으로서 첫 기사를 개성에서 송고했다. 개성은 당시 대한민국의 영토였으며,
간헐적으로 북한군의 박격포탄 공격을 받던 곳이었다.

내가 최초의 기사를 송고한 날로부터 꼭 25일 만에 북한 공산군은 야만적인
침략을 감행했다. 전쟁 발발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아시아에서의
소련의 팽창정책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런던특파원, 베를린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나는 폴란드 등 동구권 국민들이 자유를 열망하다가 무참하게 죽어가고, 소비에트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질식해 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한민국 구하기로 결정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미국이 대한민국을 구하기로 결정하자, 나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우리의 한국전 개입은 국제적으로 설득력이 있었다.
한반도에서 공산주의 침략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전 아시아지역이 공산주의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는 직감적으로 우리가
다른 국가들과 국민들에 대한 신뢰를 지키게 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
적어도 이번에는 우리가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3년간의 전쟁이 휴전으로 일단락됨으로써 이러한 신뢰는 부분적으로만 지켜졌다. 나는 휴전이 향후 가져오게 될 결과에 대한 불길한 예감을 결코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은 우리가 나머지 부분의 신뢰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내 머릿속에는 그러한 의구심을 정당화해 주는 너무도 많은 기억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공군 소령과의 단독 인터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1953년 여름, 정전이 서명되고, 양측 간에 대규모 포로 교환이
이뤄지기 직전에 이뤄졌으며, 영어로 진행됐다.

인터뷰 중 그 중공군 장교가 조롱하는 어조로 반복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있다.
한국전쟁은 미국이 ‘종이호랑이(paper tiger)’라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나는 ‘종이호랑이’라는 용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캐물었다.

중공군 소령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그것은 매우 간단합니다.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 있어요. 이번에 우리가 미국인들을 바다로 밀어 넣지 않은 것은
우리 정부가 자제력을 발휘하고,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이오.”

내가 중공군이 미군을 바다로 밀어 넣지 못한 이유는 그만한 군사력을 동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그러면 우리 중공군이 북한에서 미군을 그렇게 손쉽게 몰아낸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소? 만일 미군이 ‘종이호랑이’가 아니었다면, 왜 미군은 우리 중공군을 저지할 수 없었단 말입니까? 왜 당신들은 지금 한반도와 만주에 가로놓인 압록강에 서 있지 못하느냐는 말이오?”

나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우리는 한반도에 대한 병력투입에 엄격한 제한을 둬서, 지상군의 경우 6개 사단 이하의 병력으로 전쟁을 치렀어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만 600만 명의 병력을 동원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얼마나 적은 병력인지 알거예요.
둘째, 한반도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포함한 최신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중공군 소령은 코웃음을 치더니 내게 물었다.
“미국이 우리 중공군을 패퇴시킬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는데, 이번 전쟁에서 일부러 승리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말이오?” 중공군 장교의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우리 미국 국민들에게는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즉, 한국전쟁이 국제사회에 위급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해 우리는 동양인들에게는 답변이 거의 불가능하다. 휴전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정체상태가 야기됨으로써 충격을 받은 대부분의 동양인들에게 무슨 뾰족한 답변을 주겠는가?

한반도에 병력투입 엄격 제한

1950년 10월 6일, 유엔 총회는 표결에 의해 유엔군이 38선을 넘도록 승인해 줬다. 이는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이 결의안에 따라 미 합동참모본부는 유엔군에게 동 임무를 수행하도록 명령을 하달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 임무는 수행되지 못했다. 6·25전쟁 초기에 8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한 이래, 나는 일곱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다. 게다가 홍콩·인도차이나·태국·미얀마·인도·파키스탄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했다. 이러한 여러 차례 여행을 할 때마다 그 나라 국민들은 내게 한반도에서의 중공의 개입을 거론하며 거의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왜 미국은 중국인들을 저지하지 못했습니까?”

동양인들의 기억 속에는 엄청난 산업 잠재력을 지닌 미국이 아시아인들에 의해 쫓겨났다는 사실이 입력돼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한반도에서의 휴전이 아시아의 자부심을 지켜준 사건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겨우 1년 전에 인민들에 대한 통치권을 확보한 중공이라는 신생국에 의해서 말이다.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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