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4 10:31

하긴스의 6.25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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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 종군기 · ‘WAR IN KOREA’ 요약 연재



 
  히긴스는 미국 뉴욕 헤럴드 트리뷴 기자로 6·25전쟁 초기 6개월간 전선 곳곳을 누빈 유일한 여기자였습니다. 특히 6 · 25전쟁 르포 ‘WAR IN KOREA’ 는 인간의 이데올로기와 탐욕이 빚은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고발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전 세계에 동시에 번역 출간됐습니다. 히긴스는 이 책자로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히긴스는 “(우리는) 한반도에서 준비하지 않은 전쟁을 치름으로써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강조하고 이 책을 들고 미국 전역을 돌면서 “한국을 도와야 한다” 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 때 미군과 함께 인천으로 가는 항공모함에 있었으며, 종군기간 동안 맥아더를 인터뷰하고 이승만을 인터뷰했습니다. 당시 30세였던 그는 6·25전쟁의 본질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자유를 위한 희생’ · 전쟁터에서 쓴 비망록


마거리트 히긴스의 ‘War in Korea’ 와 번역본 ‘자유를 위한 희생’.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훈적이며 경고조의 이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쟁참전기념비의 검은색 대형 대리석판이다.
왜 하필 한국전쟁참전기념비에 이러한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일까? 

  ‘자유를 위한 희생’이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유를 위한 희생’은 마거리트 히긴스(Marguerite Higgins)라는 미모의 여기자가 1951년에 출간한 6·25전쟁에 관한 책 ‘War in Korea’의 국내 번역본 제목이다. 

‘자유를 위한 희생(War in Korea)’ 은 매혹적인 여성이 사내들의 싸움터에서 미군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작성한 6개월간의 비망록이다. 히긴스는  이 책으로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6·25전쟁 발발  이후 오늘까지 국내외에서 6·25전쟁에 관한 수많은 책자와 논문들이 발간됐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어느 저술보다도 시사적이며, 객관적이고, 유익하며,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하며, 교훈적이다. 왜 그러한가?

첫째, 6·25전쟁에 관한 저술 중 이렇게 빨리 나온 책은 없었다. 저자는 1951년 1월 1일에 책의 서문을 썼다. 1950년 12월 중순까지 저자가 전쟁터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둘째, 전투를 하는 군인이 아니라 뉴스를 전하는 종군기자가 현장을 직접 기록한 것이다. 이는 6·25전쟁터의 근처에 가보지도 않은 저자들의 글이나 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셋째, 이 책에는 미군의 6·25전쟁 총책임자 맥아더 장군을 비롯해 이등병까지의 미군은 물론, 이승만 전 대통령, 한국 언론인, 한국군, 북한군 및 중공군 장병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넷째,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눈으로 본 기록이다.
저자는 여성으로서 차별대우를 받으며 취재했음을 여러 곳에서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런 차별은 이 책이 갖는 매력의 하나가 되고 있다.

다섯째, 생생한 실화인 동시에 섬세하고 감수성 넘치는 문학작품이다. 발간과 동시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독일어 등 수개 국어로 번역된 것은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여섯째, 이 책은 단순한 6·25전쟁 르포를 넘어서 전쟁, 자유민주주의, 국가 존립의 이유, 국가 간의 동맹, 남녀 차별의 사회적 문제, 인간적 유대감, 애국의 의미, 삶과 죽음에 관한 교과서 아닌 교과서다. 히긴스는 누구인가? 그녀는 길지 않은 세월을 불꽃같이 살다간 여인이었다. 그녀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사랑하고, 일하면서, 후세에 교훈이 되는 알찬 기록을 남겨 놓은 인물은 흔치 않다.

히긴스는 1920년 9월 홍콩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어머니는 프랑스인이었다. 1920년대 중반 히긴스 가족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이사했다.

히긴스 어머니는 외동딸을 스타 발레리나, 일류 바이올리니스트, 저명한 학자, 최고의 언론인으로 키운다는 꿈을 가졌었다. 히긴스가 미국의 여자사립 명문 고등학교, 서부의 명문 UC 버클리 대학, 그리고 동부의 명문 콜롬비아 대학원을 졸업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히긴스는 1942년 6월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정식기자로 채용된다. 1944년부터 동 신문의 런던 특파원으로 일했고, 1947년부터 3년간은 독일 베를린 지국장으로 근무했다. 이때 그녀는 우아한 매력, 뛰어난 춤 솜씨와 바이올린 연주실력 등으로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녀가 공군 소장인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베를린에서였다.

그러나 히긴스가 기자로서 탁월함을 인정받은 것은 바로 6·25전쟁 때문이었다. 전쟁 발발 한 달 전 그녀는 일본 도쿄 극동지국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미국 언론의 관심이 극동에 있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히긴스의 편이었다. 북한의 남침으로 그녀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히긴스는 전쟁 발발 이틀만인 1950년 6월 27일 김포에 도착한 후, 12월까지 6개월 동안 미군과 함께 전장을 누볐다. 그녀는 실제로 몇 번이나 죽음을 모면하기도 했다.

이런 그녀를 미군 장병들은 ‘혈관 속에 얼음물이 흐르는 여자’ ‘드레스보다 군복이 더 잘 어울리는 여자’ ‘화장품 대신 진흙을 바른 여자’라며 사랑하고 존경했다. 히긴스는 6·25전쟁 취재로 이름을 날린 후, 여러 분쟁지역을 취재했다. 참고로 히긴스 기자는 6·25전쟁에 대해서는 미국의 참전을 옹호하고 독려했으나, 베트남전에 대해서는 반대했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히긴스의 죽음은 열정적인 삶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베트남 전쟁 취재 중 풍토병을 얻어, 1966년 1월 워싱턴 D.C.의 미 육군병원에서 마흔다섯 해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종군기자로서의 탁월한 업적을 기려 그녀를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히긴스는 ‘자유를 위한 희생(War in Korea)'에서 결론조로 말했다.
“한반도에서 우리는 준비하지 않은 전쟁을 치름으로써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또한 승리는 많은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할 때 치러야 할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책을 들고 미국 전역을  다니며 이렇게 호소했었다. “우리는 한국을 도와야 합니다.”

그녀의 호소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미지의 나라인 한국을 위해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한국인들을 위해서 달려오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그녀의 노력과 그들의 희생에 대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과 감사의 표시로 ‘(War in Korea)’라는 책자의 제목을 ‘자유를 위한 희생’이라고 번역했음을 밝혀 둔다.

  히긴스 기자가 저 세상에서 새로운 제목을 널리 양해하고 사랑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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