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057 댓글 0

 

 " 아픈 長壽는 축복이 아니다 "
 
 
치매부인 동반자살 80대 남편 遺書 고령화 시대 피할 수 없는 현상…
 
주변 황폐화하는 老年 치매 증가 유언장 등 '인생 出口전략' 필요
 
자기 결정 따라 '존엄'의 길 택해… '이 길이 우리가 갈 가장 행복한 길'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지난 13일 경북 청송에서 자살한 80대 노부부의 사연은 적어도 70대
 
이상 노인들에게는 아픈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치매에 걸린 부인을 태우고
 
자동차에 탄 채로 저수지에 돌진한 88세 노인의 최후는 고령화로 급진
 
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그분들의 처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들은 부농(富農)이었다.
 
흔히 그렇듯이 가난해서, 생계를 잇기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자식 3남 2녀가 있었다. 흔히 있는 것처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버림받아서 생을 버린 고독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속된 말로
 
살 만큼 산 사람이었다. 굳이 자살이란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어도 될
 
만한 인생이었다. 조금 마음이 괴롭고 조금 몸이 아프고 조금 주위가
 
산만해도 그러면서 늙어가고 그러면서 인생의 종착역에 가게 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그분들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들이 택한 것은 자손들에게
 
 험한 꼴 안 보이고 남에게 신세 지지 않고 세상에 추한 모습 보이지
 
않는, '존엄'의 길을 택한 것이다. 살 만큼 산 사람이라고 해서 아무
 
렇게나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버리고 비록 80대가 돼도 자기 생(生)
 
에 관한 결정을 자기 의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줬다.


70대 이상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이 있다. 인생 마감길에 걸리지 말아야
 
 할 병(病)이 세 가지 있다. 뇌졸중 즉 '풍'이 하나이고 암이 둘이고 치매
 
가 셋이다. 그중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치매라고 했다. 암과 풍은
 
본인이 자각할 수 있는 질병이다. 자기 자신이 아프고 고통받는 데
 
 그칠 수 있다. 이에 반해 치매는 본인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 입장에서는 가장 행복(?)한 것이 치매일 터인데도 치매가 가장
 
악질로 꼽히는 것은 그것이 그 주변 모두를 황폐화할 개연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란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의 박승철 교수는 오래전부터 친구들에게
 
'유언장 쓰기'를 권유해오고 있다. 그 요지는 '내가 내 의지로 내 생명
 
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에서는 3개월 정도 치료하다가 자연
 
사하도록 내버려둘 것을 의사, 가족에게 유언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자연사란 인공적 생명 연장 기능을 떼고 생리식염수 등을
 
 서서히 줄여가는 것을 말한다. 그의 '유언'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치매인 경우이다. 치매가 확인되면 "즉시 요양 기관에 보내되 좀 먼
 
곳으로 보내고 면회 오지 말라"는 것이다. 치매 환자는 어차피 가족
 
이나 친구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도
 
뇌사와 같은 기준으로 자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내용
 
의 유서를 만들어 변호사의 공증을 거쳐 의사와 가족이 보유하고 있으면
 
 사후에 법률적·윤리적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청송의 노인이
 
박 교수의 '유언장'처럼 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부인을 멀리 요양원
 
으로 보낼 수도 없고 혼자 간병할 수 없었다면 그는 부인을 위해 자신을
 
 동반한 것이 아니라 어차피 기력이 다해가는 자신의 88년 인생을
 
위해 치매 부인을 동반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저러나 부인
 
은 아무것도 몰랐을 테니 부질없는 얘기다. 다만 거기에는 동행(同行)
 
이라는 가치가 돋보였다.


출구(出口)전략이라는 것이 있다. 원래 군사적 개념이고 경제적으로
 
원용되기도 했던 출구전략은 이제 인생에도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우리가 인생의 바다에 나올 때는 인간의 의지라는 것과
 
무관했으나 퇴장 때만은 자신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
 
가? 전 지구적으로 볼 때 인구는 늘어나고 인간의 수명도 계속 늘어
 
나는데 인류가 소모할 자원은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은 결국
 
 지구적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인간 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각종 의학적 관찰이
 
나오고 있다. 90세 아버지와 60~70세 아들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장수는 결코 축복이 아니다. "치매나 식물인간이나 암 등에
 
시달리면서 이어지는 장수는 절대 미덕이 아니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문제는 앞으로 '청송 80대 노부부의 자살' 같은 일이 일상(日常)처럼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며, 늙은이의 자살 또는 동반 자살 따위(?)는
 
기삿거리도 되지 않는 세월이 조만간 닥칠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의
 
 진단이 아니더라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장수가 미덕이 아니라 '노인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구원(救援)이 되고 미덕이 되는' 날이 머지않아
 
닥칠 것으로 점칠 수 있다. 이제 70~80대 노년층은 자신의 의지가
 
그나마 작동하고 있을 때 자기 인생의 마감 방식을 결정하는 '유언장'
 
을 만들어 두는, 출구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청송 노부부의 자살
 
기사에 붙은 댓글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나도 자동차 팔지 말고 갖고 있어야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아픈 장수는 축복이 아니다 운영위원/윤구로(260) 2013.06.05 2057
1902 깜찍한 중국 여군들... 백광욱(354) 2013.06.04 2308
1901 개성공단 여공들의 불편한 진실.. 백광욱(354) 2013.06.04 2096
1900 개성공단 초코파이.. 백광욱(354) 2013.06.04 2457
1899 IDET 2013에 전시된 Vega 대지뢰 장갑차 양산용 최종형 백광욱(354) 2013.06.03 2140
1898 콩고민주공화국 반군 M23 [AP·로이터=뉴시스]| 백광욱(354) 2013.05.30 2622
1897 수리온 백광욱(354) 2013.05.30 2556
1896 오늘 한바꾸 돌았습니다! 13 file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5.22 1878
1895 미국 무인전투기(드론) 1 백광욱(354) 2013.05.22 4173
1894 회원 등급 조정^ 1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5.20 3725
1893 모두가 건강에 힘씁시다 7 고문/김인규(245) 2013.05.20 2036
1892 우리들의 삶에서 배운다 1 운영위원/윤구로(260) 2013.05.20 1851
1891 6월 전투예고! 2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5.16 1613
1890 자주 들락거려 다오 3 운영위원/윤구로(260) 2013.05.05 5280
1889 해병대 유격훈련의 요람, 벽암지를 가다! file 관리자임영식(부153) 2013.04.30 4947
1888 해병대 창설64주년 기념 대회를 마치며! 5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4.25 1882
1887 415행사장 버스탑승자 신청접수 16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4.22 3834
1886 거슬리는 모든 것은 나를 닦는 숫돌이다 1 운영위원/윤구로(260) 2013.04.17 1885
1885 욕구는 장작불과 같다 3 운영위원/윤구로(260) 2013.04.15 1436
1884 현수막 최종! 3 file 사무국장/오충균(413) 2013.04.13 260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02 Next
/ 10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