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혁 "날 시험해본 해병대..죽고 싶던 순간도"

설한지 훈련 이수 위해 전역 한달 늦춰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해병대는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곳이에요. 하지만 훈련 때마다 한계가 오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사람이 쉽게 안 죽더라고요. 하하. 훈련을 마치면 '잘 버텼구나'란 뿌듯함에 잘한 선택이란 생각을 했어요."

지난달 22일 포항 해병대 1사단 수색대대에서 전역한 가수 오종혁(30)은 해병대 입대를 후회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14일 서울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오종혁을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복귀작인 창작 뮤지컬 '그날들'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수색대대 설한지(雪寒地) 훈련을 이수하기 위해 전역을 한달 가량 미룬 소식이 바깥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당시는 일부 연예인들의 군 복무 부실과 관련한 논란이 일었을 때로, 오종혁보다 앞서 전역한 동료가 이 사연을 인터넷에 올린 것. 그는 단박에 '개념' 연예인으로 세간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날 그는 군대 이야기를 하는게 부담되는 눈치였다.

"'이미지 관리 하냐'는 얘기를 들었어요. 솔직히 전 팬도 별로 없고 사람들의 관심 밖이어서 딱히 관리할 이미지도 없는데…. 하하. 육군, 해군, 공군 모두 적응하기 나름일 뿐 군대란 것만 인지하면 어디나 같아요. 의도하지 않게 알려지고 관심받는 게 부담됐어요."

그는 지난 2011년 4월 18일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그는 "해병대는 날 시험해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사실 입대 전까진 '머리라도 쉴 수 있지 않을까'란 안일한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막상 입대해 이런 저런 벽에 부딪히고 시행 착오를 겪으니 치열하게 나를 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방정신교육원 교수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도 컸을 터. 그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예상하지 못한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물론 아버지의 영향도 있어요. 이미 오래 전 아버지가 퇴역했는데 6-7년 전 즈음 집안에 일이 생겨 금전적으로 힘들었죠. 그때 아버지가 오토바이 사고가 났는데 알고보니 택배 일과 신문 배달을 같이 하고 계셨어요. 그 일을 겪고서 강해져야겠다고 정신을 차렸죠."

그러나 그는 해병대 지원부터 순탄치 않았다. 고교 시절부터 클릭비로 활동해 지원 조건 중 고교 출석일수가 모자랐다. 가수 활동으로 인해 정상 참작을 요청했지만 탈락. 결국 그는 실기를 보고 합격한 해병대 사령부 군악대에 자대 배치를 받았다. 그러나 수색대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부대에서 매일 면담 신청을 했어요. 이등병, 일등병 주제에 1년간 고집을 부리니 '수색대 얘기를 꺼내면 영창 보낸다'는 호통도 들었죠. 하지만 그대로 군 생활을 하고 나오면 뒤돌아봤을 때 나와의 싸움에서 지는 것 같았어요."

수색 교육을 10주간 이수하고 사령관에게 보직 변경과 관련한 탄원서까지 쓰고서야 지난해 6월부터 해병대 1사단 수색대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예상보다 만만치 않은 생활이었다.

"수색대대는 훈련 강도가 높고 빈도도 잦아요. 낙하산 메고 뛰어내리는 강하 등 한달에 두세가지 훈련을 해요. 산에서 쉬지 못하고 며칠씩 걸을 때도 있었죠. 거기서는 아픈 것도 마음대로 아프면 안되거든요."

그럼에도 강원도에서 열린 설한지 훈련을 왜 꼭 받고 싶었는지 물었다.

그는 "수색대대는 수색교육, 공수교육, 설한지 훈련 등의 필수 훈련 과정이 있다"며 "이걸 받아야 진짜 수색대원인데 난 늦게 부대를 옮겨 설한지 훈련을 받지 못했다. 내가 이수 못하면 함께 근무한 대원들에게 부끄러울 것 같았다. 수색대대에 발만 담궜다가 가는 대원이 될까봐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원도에서 훈련을 마친 후 다시 포항으로 내려가 전역 신고를 했다. 그날 후임들의 헹가래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선임들 헹가래만 쳐주다가 제가 받으니 얼떨떨하고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가는구나란 생각에 찡했죠."

그는 전역식에 오겠다는 어머니를 만류하고 전역 열차도 탔다.

"입영 열차를 못 타서 전역 열차를 꼭 타보고 싶었어요. 무궁화호를 타려하니 이제 운행을 안한다고 해 동대구역에 가서 KTX를 탔죠. 기차 안에서 생각을 좀 정리하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도착하던데요. 하하."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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