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제서야 어머니 얼굴을 뵙네요..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춥지 않습니다..
4월의 백령도 바다밑은 생각보다 많이 추웠습니다..
그래도 전우들과 함께 있어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3월 26일 밤은 참으로 빨리 지나갔습니다..
어떤 동료는 딸아이의 이름을 끝까지 부르지도 못하게,
어떤 동료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끝까지 하지 못하게,
어떤 동료는 그의 마지막 기도를 다 끝내지도 못하게,
그리고 저에게는 어.머.니.를 끝까지 부르지도 못하게
너무도 빨리 지나갔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밤....
잠깐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못 구하셔도 동료들은 저를 구할 수 있을거라고....
그리고 또 아주 잠깐 기다렸습니다...
동료들은 우리를 못 구해도, 조국은 우리를 구할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어느순간 기다림 조차 아득해졌습니다...
백령도 어두움 밑에서 어머니의 울부짖음을 들었습니다..
저도 목청껏 어머니를 불렀지만, 저의 음성은
어머니에게로 미처 닿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눈물흘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숨 넘어가는 우리를 위해
많은 동료들이 애쓰는걸 보았습니다..
지원 나온 다른 나라 장병들이
잠수메뉴얼을 들먹거리며 백령도바다에 손 조차 넣지 않을 때
마치 목숨이 여러개인양, 앞뒤 가리지 않고 수 십 차례
우리가 있는 거세고 차가운 물 밑을 오가던 동료들을 보았습니다..
이제 그만하라고,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더 이상 애쓰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만약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자기 목숨 지키지 않고 그 거센 물살을, 그 차가운 물 속을,
그 칠흑같은 물 밑을 내려오던 동료들의 뜨거운 전우애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의 용기로, 의미없는 구조활동은 끝이 나더군요..
어머니, 어머니에게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평소 때의 어머니는 여리고 여려,
한 켠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닦고 계셨을 텐데요..
동료들을 위해 그렇게 큰 용기를 내 준 어머니,
고맙습니다..
아마 그 때의 어머니는 수색작업을 하던 동료들이
모두 저로 보였을 겁니다...
그래서 그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는 게 안타까웠을 겁니다..
어머니..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어머니에게 너무 늦게 얼굴을 보여 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이렇게 빨리 어머니 곁을 떠날 줄 알았더라면
어머니에게 조금 더 살가운 아들이 될 걸 그랬습니다..
제 나이 이제 겨우 스물 ...
어머니에게 효도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만 남겨드리고 떠남을
부디 용서하세요...
그래도 어머니가 더 늙으셔서 주름이 깊어지고 검버섯이 피어있는 모습이 아닌,
아직은 아름다운 모습의 어머니를 기억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어머니..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갈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스무해를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고, 또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 자신도 모르게 지은 죄가 있었나봐요..
스무일 동안이나 춥고 어두운 곳에서
길고도 무서운 벌을 받은 걸 보면...
어머니...
저는 이제 무섭지 않습니다...
제가 가는 길이 어디든 저와 함께 할 동료들이 있고
그 끝이 어디든 동료들이 있으니 두렵지 않습니다...
어머니...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이제 그만 눈물을 거두세요...
저는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가겠습니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실망하지 않고
이제 가겠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와 내 조국은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저는 조금 늦은 귀환을 했을 뿐 아직 전역하지 않은 대한민국 해군이니까요..
어머니....그리고 내 조국....
사랑했습니다...
필! 승!
----해군 홈피에서 <이은주>님의 글을 허락도 없이 약간 수정해서 퍼왔습니다.
이제서야 어머니 얼굴을 뵙네요..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춥지 않습니다..
4월의 백령도 바다밑은 생각보다 많이 추웠습니다..
그래도 전우들과 함께 있어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3월 26일 밤은 참으로 빨리 지나갔습니다..
어떤 동료는 딸아이의 이름을 끝까지 부르지도 못하게,
어떤 동료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끝까지 하지 못하게,
어떤 동료는 그의 마지막 기도를 다 끝내지도 못하게,
그리고 저에게는 어.머.니.를 끝까지 부르지도 못하게
너무도 빨리 지나갔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밤....
잠깐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못 구하셔도 동료들은 저를 구할 수 있을거라고....
그리고 또 아주 잠깐 기다렸습니다...
동료들은 우리를 못 구해도, 조국은 우리를 구할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어느순간 기다림 조차 아득해졌습니다...
백령도 어두움 밑에서 어머니의 울부짖음을 들었습니다..
저도 목청껏 어머니를 불렀지만, 저의 음성은
어머니에게로 미처 닿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눈물흘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숨 넘어가는 우리를 위해
많은 동료들이 애쓰는걸 보았습니다..
지원 나온 다른 나라 장병들이
잠수메뉴얼을 들먹거리며 백령도바다에 손 조차 넣지 않을 때
마치 목숨이 여러개인양, 앞뒤 가리지 않고 수 십 차례
우리가 있는 거세고 차가운 물 밑을 오가던 동료들을 보았습니다..
이제 그만하라고,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더 이상 애쓰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만약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자기 목숨 지키지 않고 그 거센 물살을, 그 차가운 물 속을,
그 칠흑같은 물 밑을 내려오던 동료들의 뜨거운 전우애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의 용기로, 의미없는 구조활동은 끝이 나더군요..
어머니, 어머니에게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평소 때의 어머니는 여리고 여려,
한 켠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닦고 계셨을 텐데요..
동료들을 위해 그렇게 큰 용기를 내 준 어머니,
고맙습니다..
아마 그 때의 어머니는 수색작업을 하던 동료들이
모두 저로 보였을 겁니다...
그래서 그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는 게 안타까웠을 겁니다..
어머니..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어머니에게 너무 늦게 얼굴을 보여 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이렇게 빨리 어머니 곁을 떠날 줄 알았더라면
어머니에게 조금 더 살가운 아들이 될 걸 그랬습니다..
제 나이 이제 겨우 스물 ...
어머니에게 효도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만 남겨드리고 떠남을
부디 용서하세요...
그래도 어머니가 더 늙으셔서 주름이 깊어지고 검버섯이 피어있는 모습이 아닌,
아직은 아름다운 모습의 어머니를 기억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어머니..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갈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스무해를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고, 또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 자신도 모르게 지은 죄가 있었나봐요..
스무일 동안이나 춥고 어두운 곳에서
길고도 무서운 벌을 받은 걸 보면...
어머니...
저는 이제 무섭지 않습니다...
제가 가는 길이 어디든 저와 함께 할 동료들이 있고
그 끝이 어디든 동료들이 있으니 두렵지 않습니다...
어머니...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이제 그만 눈물을 거두세요...
저는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가겠습니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실망하지 않고
이제 가겠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와 내 조국은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저는 조금 늦은 귀환을 했을 뿐 아직 전역하지 않은 대한민국 해군이니까요..
어머니....그리고 내 조국....
사랑했습니다...
필! 승!
----해군 홈피에서 <이은주>님의 글을 허락도 없이 약간 수정해서 퍼왔습니다.